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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하알 말이 없네에 _ 20240107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현재 다니는 회사만큼 일본인들에게 둘러싸여 일하는 환경이 많지가 않다. 우리 부서 특성상 항시 10명 가량의 일본인들이 사무소에 상주하기 때문에 비교적 일본어 연습을 하기 우수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고로 나는 직장 내에서 당당히 회화 연습을 시도하는 편인데... 워낙 사무실 분위기가 조용하다 보니 솔직히 쉽지만은 않다. 일본인들이 모여서 앉아 있는 책상에서 한발치 떨어져 있는 나의 자리. 만약 내가 과감하게 일본인 거주지역으로 이동해 누군가에게 말을 건다면? 안 그런 척 해도 다른 일본인들이 모두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기에 보통은 업무적인 용건이 있을 경우 혹은 한두마디의 짧은 농담 정도가 최선이다. 자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일본인들이 ..

카테고리 없음 2024.01.30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5.1km _ 20240107

5.1km를 달리기로 했다. 6개월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내가 달리기를 뛰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왼쪽 발에 족저근막염이 생긴 이후로 나는 달리기를 쉬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발을 디딜 때 찾아오는 고통은 익숙해졌지만 그와 함께 많은 것들 또한 내 생활 속에서 사라졌다. 나는 한동안 글을 쓰지 않게 되었다. ‘글’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럽지만 조금씩이나마 나를 기록하던 습관을 잃었다.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하고 싶은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6개월은 나에게 긴 정체기였다. 부푼 마음을 안고 도착한 현장이란 곳은 내 생각과 달랐다. 나의 능력과 한계를 또 정해버리고 마음대로 실망하고 포기했다. 안주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달콤했다. 나는 더 이상 길 위에서도 내 삶 속에서도 뛰지 않..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멘탈은 소모품일지도 몰라 _ 20230727

최근에 회사에서 부쩍 친해진 분이 계신다. 이 회사에 오기 전까지는 약 25년 간 영업일을 하시다가 번아웃이 와서 사람을 상대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찾아오셨다고 한다. 야간에 장비만 만지면 되는 일이기에 만족하고 계셨고 지금은 잠시 주간으로 오셨는데 오고 가며 자연스레 친해졌다. 나보다 훨씬 어른이시고 전 회사에서는 영업직으로 이사까지 오르셨던 분이라 같이 얘기하다 보면 이래저래 도움이 되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25년 동안 쌓아 올리신 경력을 미련 없이 버리고 어찌 보면 벌이도 지위도 훨씬 떨어지는 이곳 일을 하시는 게 싫진 않으실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고 혼자서 묵묵히 일하시는 게 훨씬 편하고 즐겁다고 하신다. 나도 영업 일은 잠깐 했었기에 그 어려움은 조금이나마 공감이 돼서 이런저..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나를 칭찬해 줄 사람 _ 20230718

과거에도 몇 번 얘기한 듯 하지만… 이 공부를 하다 보면 칭찬받기가 참~~~~~~ 힘들다. 물론 내 실력부족이 가장 큰 요인이겠으나 통역번역을 공부하는 방식 자체가 크리틱 크리틱 크리틱이기 때문이다. 그냥 JLPT를 공부한다면 N1을 따놓고 짝짝짝 잘했어요 하겠지만 통역번역은 우선 결과물을 만들어놓고 제법 잘 나온 결과물이었어도 어떻게든 더 좋아질 방법을 찾는다. 마치 일단 빵을 구워놓고 맛을 본 뒤 "음 이번엔 소금이 너무 들어갔는데?" "밀가루를 바꿔볼까?" "다른 토핑을 얹어보면 어떨까?"라고 내가 구운 빵에 대한 지적이 들어온다. 그러면 그걸 토대로 다시 빵을 구워낸다. 그리고 또 크리틱의 반복. 세계 최고의 빵을 구워내는 그날까지 노력해도 되고 이 정도면 맛있구먼 뭘 이라며 만족할 수도 있다. ..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안전제일! _ 20230711

교통사고가 났다. 내가 운전하는 회사 차량이 정차 중이었는데 앞에 있던 식자재 차량이 갑자기 급후진! 황급히 경적을 빵--- 울렸으나 식자재 차량은 그대로 차량 앞부분을 들이받아 버렸다. 경적을 울린 덕에 크게 부딪히지는 않았으나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한 경우는 처음이라 어안이 벙벙… 충돌 시 충격이 크다고 느끼진 않았는데 회사에 돌아와 보니 차장님, 부장님, 과장님들이 한 번씩 들르셔서 오늘 괜찮아도 내일은 모르는 거다, 아마 지금은 놀라서 몸이 아픈 줄도 모를 거다, 검사는 무조건 받아봐야 한다, (무조건 드러누웠어야지 왜 여기 있냐) 등등 걱정스러운 질문들을 던지고 가셨다. 한 분은 가해자와 직접 통화하며 대인 사고접수까지 도와주셨다. 새삼 참 따뜻한 사람들이랑 회사를 다니고 있구나. 평소엔 무..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벌써 반 년 _ 20230705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들 하는데 영양가 없는 고생을 쓸데없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대 통대 1학기가 끝났나 보다. 어김없이 반노 교수님의 후기가 올라왔으니 말이다. 정말 교수님다우신 조언이라 생각하며 슬며시 좋아요를 눌렀다. 20대의 나는 어땠을까. 무엇이 영양가 있는 고생인지 분별할 능력은 있었을까. 멘토의 부재는 언제나 아쉬움으로 남는다. 생각해 보니 1학기가 끝났다는 건 내가 졸업한 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시간 진짜 빠르네… 1학년 1학기가 끝났을 때는 생각보다 형편없었던 내 실력에 놀랐고, 2학년 1학기가 끝났을 때는 생각보다 이루어 놓은 게 없던 내 성과에 놀랐던 것 같은 슬픈 기억이 슬며시 새어 나온다. 물론 내 생각만큼 비참한 꼴은 아니었겠지만 통대의..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할건데 말건데 어떤데 _ 20230630

내가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절망하는 순간이 있다면 (생각해 보니 꽤 많지만 가장 큰 절망의 순간은) 아마도 한자를 외울 때 일거다. 한자는 외워도 외워도 도저히 머릿속에 남지 않는 것 같다. 바닷가의 모래 위에 아무리 열심히 글자를 써봤자 파도에 쓸려 지워지는 것처럼... 아마 내 뇌도 모레로 이루어져 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절망적일 때가 많다. 하지만 난 오늘도 한자를 끄적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차피 인생은 할건지. 안 할 건지. 둘 중에 하나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고민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변명이나 이유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하기 싫으면 굳이 이유를 가져다 붙일 필요 없다. 그냥 안 하는 거다. 근데 안 할게 아니라면? 해야지. 어차피 할 거니까...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꾸역꾸역 _ 20230627

지난주 갑자기 고장 나 교환을 위해 택배로 보낸 나의 탁상용 무소음 미니 선풍기가 다시 돌아왔다. 이게 뭐라고... 갑자기 근무 의욕이 쭈욱 상승했으나 이는 점심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한편 나와 가장 친한 통역분이 요즘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지만 그만큼 섬세한 사람이다. 업무를 하다 보면 이 사람에게 치이고 저 사람에게 치이는데 최근 일이 바빠지면서 거의 핀볼 수준으로 (마음을) 뚜드려 맞았다. 역시 세상일은 어느 하나 쉽게 풀리는 일은 없고... 본인의 노력이 결실을 맺긴커녕 짓밟히는 일도 부지기수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내가 겪을 때마다 혹은 내 주변 사람들이 겪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기에 방향성이나 목표의 존재가 더욱 중요하게 ..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어디서 일 할 것인가 _ 20230622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의 좋은 점을 꼽으라면 단연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다행히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 유쾌하고 즐겁게 일을 하고 있다.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내가 계속 남아있고 싶은 분야가 아니라는 점이다. 예전에 나였다면 무조건 이 회사를 계속 다녔을 거다. 원체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이 사람들과 계속 일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면 그곳이 어디건 마다하지 않고 일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역시 조금 더 내가 원하는 통역번역을 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아마 내 인생에서 사람보다 커리어를 우선시하는 경우는 처음이지 싶다.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됐다는 게 참 신기하고… 역시 이 업계에 들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 이직도 실력이 있는 놈이 하는 거다. 공부하자ㅠ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단점을 계속 개선하세요 _ 20230619

일을 하면서 학업을 병행하기가 어렵다는 점은 잘 알고 있었지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법! 참... 어렵다... 역시 맘 편히 공부만 하던 대학원 때가 그립다. 최근에는 반노 센세의 조언 중 하나가 자주 떠오른다. '단점을 계속 개선하세요' 장점은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전하지만 단점은 어렵고 하기도 싫기 때문에 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까 단점을 개선하는 꾸준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조언이었다. 자신의 장점을 갈고닦아 전문성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더 자주 들려오는 요즘이지만... 통역번역에서 만큼은 이 말이 진리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도 한자를 외운다ㅠ 한자 너무 싫어....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