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공부[言葉の勉強]/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5.1km _ 20240107

황구름 2024. 1. 7. 22:29
#은행이

 
 5.1km를 달리기로 했다.

 6개월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내가 달리기를 뛰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왼쪽 발에 족저근막염이 생긴 이후로 나는 달리기를 쉬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발을 디딜 때 찾아오는 고통은 익숙해졌지만 그와 함께 많은 것들 또한 내 생활 속에서 사라졌다.

 나는 한동안 글을 쓰지 않게 되었다. ‘글’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럽지만 조금씩이나마 나를 기록하던 습관을 잃었다.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하고 싶은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6개월은 나에게 긴 정체기였다. 부푼 마음을 안고 도착한 현장이란 곳은 내 생각과 달랐다. 나의 능력과 한계를 또 정해버리고 마음대로 실망하고 포기했다. 안주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달콤했다. 나는 더 이상 길 위에서도 내 삶 속에서도 뛰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나의 발은 조금씩 나아갔다. 이제 더 이상 걸을 때도 아프지 않았다. 가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금 뛰어보면 금세 통증이 올라오긴 했지만 착실히 조금씩 나아지고 있음은 분명했다. 나도 모르게 10km 대회를 찾아보기도 했다.
 
 나는 정말로, 달리기가 나에게 큰 존재라고 생각한다. 되돌아보면 꾸준히 달릴 때의 나는 제법 성실했다. 친구와 함께 매일 갑천변을 달릴 때도, 혼자서 서울 외곽 길을 달릴 때도, 제주도 바닷가나 둘레길을 달릴 때도 매일 제법 열심히 살았다.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운동했다. 단순한 루틴을 반복하며 소박하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스스로 느꼈다. 
 
 그래서인지 더 이상 달리지 않는 내가 정체된 것만 같다. 아니면 정체된 나에 대한 핑곗거리를 달리기에서 찾고 있는 것 같다. 더 이상 뛰지 않게 되면서 내 안에 있던 어떤 에너지가 조금씩 사그라든 듯한 느낌이 든다. 실제로도 그럴 거다. 달리지 않는 만큼 체력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하루하루 기록을 재며 작은 성취감을 느끼던 습관도 사라졌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다시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기'라는 핑곗거리를 해결함으로써 다시 예전의 꾸준함을 되찾고 싶었다. 모든 일이 그렇듯 다시 달리기 위해서는 작은 계기가 필요했고 마침 회사에서 새로 이사한 집까지의 거리를 찍어보니 딱 5.1km였다. 계기는 의외로 간단히 찾아왔다.
 
 새해가 또 시작됐고 나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봄이 찾아올 예정이다. 가끔은 부담감에 숨이 턱 막히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선택한 길이다. 역시 행복은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나 보다. 차곡차곡. 다시 천천히 쌓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