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번역 21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나를 칭찬해 줄 사람 _ 20230718

과거에도 몇 번 얘기한 듯 하지만… 이 공부를 하다 보면 칭찬받기가 참~~~~~~ 힘들다. 물론 내 실력부족이 가장 큰 요인이겠으나 통역번역을 공부하는 방식 자체가 크리틱 크리틱 크리틱이기 때문이다. 그냥 JLPT를 공부한다면 N1을 따놓고 짝짝짝 잘했어요 하겠지만 통역번역은 우선 결과물을 만들어놓고 제법 잘 나온 결과물이었어도 어떻게든 더 좋아질 방법을 찾는다. 마치 일단 빵을 구워놓고 맛을 본 뒤 "음 이번엔 소금이 너무 들어갔는데?" "밀가루를 바꿔볼까?" "다른 토핑을 얹어보면 어떨까?"라고 내가 구운 빵에 대한 지적이 들어온다. 그러면 그걸 토대로 다시 빵을 구워낸다. 그리고 또 크리틱의 반복. 세계 최고의 빵을 구워내는 그날까지 노력해도 되고 이 정도면 맛있구먼 뭘 이라며 만족할 수도 있다. ..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안전제일! _ 20230711

교통사고가 났다. 내가 운전하는 회사 차량이 정차 중이었는데 앞에 있던 식자재 차량이 갑자기 급후진! 황급히 경적을 빵--- 울렸으나 식자재 차량은 그대로 차량 앞부분을 들이받아 버렸다. 경적을 울린 덕에 크게 부딪히지는 않았으나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한 경우는 처음이라 어안이 벙벙… 충돌 시 충격이 크다고 느끼진 않았는데 회사에 돌아와 보니 차장님, 부장님, 과장님들이 한 번씩 들르셔서 오늘 괜찮아도 내일은 모르는 거다, 아마 지금은 놀라서 몸이 아픈 줄도 모를 거다, 검사는 무조건 받아봐야 한다, (무조건 드러누웠어야지 왜 여기 있냐) 등등 걱정스러운 질문들을 던지고 가셨다. 한 분은 가해자와 직접 통화하며 대인 사고접수까지 도와주셨다. 새삼 참 따뜻한 사람들이랑 회사를 다니고 있구나. 평소엔 무..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벌써 반 년 _ 20230705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들 하는데 영양가 없는 고생을 쓸데없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대 통대 1학기가 끝났나 보다. 어김없이 반노 교수님의 후기가 올라왔으니 말이다. 정말 교수님다우신 조언이라 생각하며 슬며시 좋아요를 눌렀다. 20대의 나는 어땠을까. 무엇이 영양가 있는 고생인지 분별할 능력은 있었을까. 멘토의 부재는 언제나 아쉬움으로 남는다. 생각해 보니 1학기가 끝났다는 건 내가 졸업한 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시간 진짜 빠르네… 1학년 1학기가 끝났을 때는 생각보다 형편없었던 내 실력에 놀랐고, 2학년 1학기가 끝났을 때는 생각보다 이루어 놓은 게 없던 내 성과에 놀랐던 것 같은 슬픈 기억이 슬며시 새어 나온다. 물론 내 생각만큼 비참한 꼴은 아니었겠지만 통대의..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할건데 말건데 어떤데 _ 20230630

내가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절망하는 순간이 있다면 (생각해 보니 꽤 많지만 가장 큰 절망의 순간은) 아마도 한자를 외울 때 일거다. 한자는 외워도 외워도 도저히 머릿속에 남지 않는 것 같다. 바닷가의 모래 위에 아무리 열심히 글자를 써봤자 파도에 쓸려 지워지는 것처럼... 아마 내 뇌도 모레로 이루어져 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절망적일 때가 많다. 하지만 난 오늘도 한자를 끄적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차피 인생은 할건지. 안 할 건지. 둘 중에 하나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고민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변명이나 이유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하기 싫으면 굳이 이유를 가져다 붙일 필요 없다. 그냥 안 하는 거다. 근데 안 할게 아니라면? 해야지. 어차피 할 거니까...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어디서 일 할 것인가 _ 20230622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의 좋은 점을 꼽으라면 단연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다행히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 유쾌하고 즐겁게 일을 하고 있다.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내가 계속 남아있고 싶은 분야가 아니라는 점이다. 예전에 나였다면 무조건 이 회사를 계속 다녔을 거다. 원체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이 사람들과 계속 일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면 그곳이 어디건 마다하지 않고 일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역시 조금 더 내가 원하는 통역번역을 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아마 내 인생에서 사람보다 커리어를 우선시하는 경우는 처음이지 싶다.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됐다는 게 참 신기하고… 역시 이 업계에 들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 이직도 실력이 있는 놈이 하는 거다. 공부하자ㅠ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일을 해봅시다 _ 20230226

제주도를 떠나온 지 2달이 흘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일본계 기업에서 통역일을 맡게 되었다. 12월 말에 제주를 떠나 여수를 들렀다가 본가로 돌아온 나는 우선은 정말 술을 무지막지하게 마셨다. 2년 간의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 취업도 취업이지만 우선은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대 중반의 남자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가서 할 수 있는 일은 단언컨대 '음주' 밖에 없을 것이다. 오랜만에 집에와서 가족들과 한 잔, 고향 친구들과 한 잔, 또 다른 친구들과 한 잔, 한 번으로 끝내기 아쉬우니까 또 한 잔, 새해가 밝았으니 한 잔, 짜장면이 맛있으니 한 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 중 하나가 바로 술을 마실 명목을 찾는 일이다. 그렇게 정신 놓고 마시기를 2주. 나는 당연하게도 식도염에 걸렸다. ..

제주 통대생 일기 _ 끝이 보인다(본심사도 끝) _ 20221214

제주에 눈이 잔뜩 내리고 있다. 중산간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됐다. 내일 시험만 2개인데 학교 갈 수 있겠지...? 이제 학교일은 빨리 마무리하고 취업 준비에만 집중하고 싶다. 얼마 전에 논문 본심사를 마쳤다. 이번 생에 논문은 처음이라서(학부 때도 그냥 졸업시험을 봤다) 뭐가 맞는지도 모른 채로 어찌어찌 마무리한 느낌이다. 본심사 때도 내 의견을 이야기하기보단 1시간 동안 신나게 혼난 느낌이 크다. 어쨌든 졸업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고 교수님들의 지적은 많은 도움이 됐다. 번역은 정말... 쉽지 않다. 내가 말하고 싶은 내용이 아니라 필자가 말하고 싶은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해 주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까. 우리가 살면서 평생 가까이 둔 사람들의 마음도 헤아리기 쉽지 않은데 아무리 좋아하는..

제주 통대생 일기 _ 논문 중간 심사와 JLPT _ 20221207

논문 중간심사가 끝났다. 사실 12월 2일 금요일에 끝났는데 미루고 있다가 지금에야 쓴다. 논문 중간심사는 논문 본심사에 들어가기 전에 학과 교수님들과 재학생들이 모여 각각 본인의 논문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다. 이름 그대로 교수님들의 중간심사가 있기 때문에 본심사에 들어가기 전에 수정사항을 들을 수 있다. 피드백받은 정리 해서 본 심사에서 제출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일이 늘어나는 기분이라(어차피 수정사항은 계속 나오니까...ㅠ) 마음이 무겁지만... 그래도 본심사 전에 치명적인 실수를 미리 발견해서(참고 문헌이라던가...) 본심사에서 미리 자백함으로써 일종의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나의 본심사 날짜는 12월 9일(금요일). 내일모레...! 본 심사때는 학과 교수님 2분 + 일어일문학..

제주 통대생 일기_ 논문 논문! 바쁘다 바빠! _ 20221116

졸업 시험도 끝나고~ 특강 동시통역도 끝나고~ 이제 졸업논문만 잘 마무리하면 2년 간의 대학원 생활도 마무리가 될 듯하다. 11월에는 내가 제주에 있을 동안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휴식을 포함 한) 일들과 논문을 동시에 처리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번역 논문은 대학원의 마무리이기 때문에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말 그대로 쉽지 않다.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일과의 졸업논문은 '번역 논문'이다. https://gsi.jejunu.ac.kr/gsi/community/notice.htm?act=view&seq=81451 2022학년도 2학기 석사학위 청구논문 심사 신청 안내(2022.10.07.수정) -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gsi.jejunu.ac.kr 기본적으로 대학원 ..

제주 통대생 일기 _ 졸업 시험 결과가 나왔다:) _ 20221005

졸업시험 결과가 나왔다. 기존 발표 예정일은 10월 11일이어서 그때까지는 이 핑계로 놀 생각이었는데...ㅎㅎ 결과적으로는 전과목 합격! 아 정말... 다행이야...ㅠ 교수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물론 이 합격 안에는 '당연히 졸업 시험 준비하면서 공부했던것처럼 계속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거 아시죠?^^' 라는 의도가 담겨있음을 잘 알고있지만 그래도 기쁜 건 어쩔 수가 없다. 내 감상보다는 그래서 뭐가 나왔는데? 가 더 궁금하실 것 같으므로 졸업시험 내용으로 넘어가 보면(교수님이 허용하신 범위 내에서만 밝히기로 해서 별건 없습니다) 대부분 우리가 스터디 때 중점적으로 공부한 분야에서 나왔다. 국제정세(우크라이나, 물가 상승, 에너지 안보 등), 환경 문제, 테크놀로지 등 여러가지 분야에서 정말 골고루 나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