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공부[言葉の勉強]/제주 통대생 일기

제주 통대생 일기 _ 끝이 보인다(본심사도 끝) _ 20221214

황구름 2022. 12. 15. 00:23
#달이 잘보이는 제주

제주에 눈이 잔뜩 내리고 있다. 중산간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됐다. 내일 시험만 2개인데 학교 갈 수 있겠지...? 이제 학교일은 빨리 마무리하고 취업 준비에만 집중하고 싶다.

얼마 전에 논문 본심사를 마쳤다.

이번 생에 논문은 처음이라서(학부 때도 그냥 졸업시험을 봤다) 뭐가 맞는지도 모른 채로 어찌어찌 마무리한 느낌이다. 본심사 때도 내 의견을 이야기하기보단 1시간 동안 신나게 혼난 느낌이 크다. 어쨌든 졸업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고 교수님들의 지적은 많은 도움이 됐다. 번역은 정말... 쉽지 않다. 내가 말하고 싶은 내용이 아니라 필자가 말하고 싶은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해 주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까. 우리가 살면서 평생 가까이 둔 사람들의 마음도 헤아리기 쉽지 않은데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님이라 한들 그분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풀어낼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쓰는 이 언어가 지금 시대에 적합하다고 어떻게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나도 이렇게 머리가 복잡한데 프로 번역가분들은 얼마나 머리가 아프실까(이제 나도 그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야겠으나).... 언제나 답은 없으나 어찌어찌 마무리가 지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지.

본심사가 끝나자 나에게 자리를 비워달라고 말씀하시더니 심사위원이신 교수님, 지도 교수님, 학과 교수님 총 3분 이서 논문을 통과시켜 주실지 말지에 대해 논의하셨다. 다행히도 크게 문제는 없을 거라고, 최종적으로 수정해서 책자로 만들어 제출하라고 말씀하셔서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됐다.

아, 최종논문 제출방법 또한 홈페이지에 나오기 때문에 참조.
https://gsi.jejunu.ac.kr/gsi/community/notice.htm?act=view&seq=83779

2022학년도 제2학기 석·박사 학위논문 제출 안내 -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gsi.jejunu.ac.kr


주의할 점은 책자를 만든 후에 심사위원 교수님(보통 일어일문학과 같은 학부 쪽 교수님)께 먼저 최종 사인을 받고, 그 후에 지도교수님과 학과 교수님께 사인을 받아야 한다. 심사위원 교수님께 제일 먼저 받아야 함!

그리고 학교 정문앞 인쇄 집에 재본을 맡기려 했더니 3주가 걸린다는 말을 듣고 학교 내 다른 인쇄소를 찾아서 맡겼다. 경상대 쪽에 있는 인쇄소인데 평소에도 많이 하시는지 알아서 척척 진행해 주셨다. 예상 소요일은 3일이고 메일로 파일, 요청사항, 연락처를 보내면 능숙하게 진행해주신다.

내 담당 심사위원 교수님은 다음 주 월요일에 시간이 되신다고 하여 그때 찾아뵙기로 했고 그 후 2분을 찾아뵈면 진짜로 끝! 기말고사도 내일 다 끝나니까 정말 정말로 학교는 끝!이다.

동기들은 다음주부터 바빠질 듯해서 어제 다 같이 식사를 했다. 아마 다 같이 모이는 건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쓸쓸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모여서 쌓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너무 즐거워서 3시간이 후다닥 지나갔다. 날 잡고 하루 종일 얘기해도 재밌을 것 같은데...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아쉽기만 하다. 제주에 남는 사람들도 있고 육지로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 나는 육지에 있는 본가로 올라가서 후다닥 일을 구하고 커리어를 쌓을 예정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지금도 들지만 뭐 어쩌겠는가. 시간은 와버렸고 가만히 있어도 답은 없으니 하는 수밖에.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에 큰 실패를 겪고 본가로 돌아가 던 때가 떠올랐다. 그 때도 나는 통역 번역이 하고 싶었지만 방법도 몰랐고 용기도 없었다. 결국 5년 뒤에 나는 통대 졸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인생이 참 재밌고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5년 뒤에는 또 뭘 하고 있을지... 생각이 많아지는 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