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통대생 15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하알 말이 없네에 _ 20240107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현재 다니는 회사만큼 일본인들에게 둘러싸여 일하는 환경이 많지가 않다. 우리 부서 특성상 항시 10명 가량의 일본인들이 사무소에 상주하기 때문에 비교적 일본어 연습을 하기 우수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고로 나는 직장 내에서 당당히 회화 연습을 시도하는 편인데... 워낙 사무실 분위기가 조용하다 보니 솔직히 쉽지만은 않다. 일본인들이 모여서 앉아 있는 책상에서 한발치 떨어져 있는 나의 자리. 만약 내가 과감하게 일본인 거주지역으로 이동해 누군가에게 말을 건다면? 안 그런 척 해도 다른 일본인들이 모두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기에 보통은 업무적인 용건이 있을 경우 혹은 한두마디의 짧은 농담 정도가 최선이다. 자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일본인들이 ..

카테고리 없음 2024.01.30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나를 칭찬해 줄 사람 _ 20230718

과거에도 몇 번 얘기한 듯 하지만… 이 공부를 하다 보면 칭찬받기가 참~~~~~~ 힘들다. 물론 내 실력부족이 가장 큰 요인이겠으나 통역번역을 공부하는 방식 자체가 크리틱 크리틱 크리틱이기 때문이다. 그냥 JLPT를 공부한다면 N1을 따놓고 짝짝짝 잘했어요 하겠지만 통역번역은 우선 결과물을 만들어놓고 제법 잘 나온 결과물이었어도 어떻게든 더 좋아질 방법을 찾는다. 마치 일단 빵을 구워놓고 맛을 본 뒤 "음 이번엔 소금이 너무 들어갔는데?" "밀가루를 바꿔볼까?" "다른 토핑을 얹어보면 어떨까?"라고 내가 구운 빵에 대한 지적이 들어온다. 그러면 그걸 토대로 다시 빵을 구워낸다. 그리고 또 크리틱의 반복. 세계 최고의 빵을 구워내는 그날까지 노력해도 되고 이 정도면 맛있구먼 뭘 이라며 만족할 수도 있다. ..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안전제일! _ 20230711

교통사고가 났다. 내가 운전하는 회사 차량이 정차 중이었는데 앞에 있던 식자재 차량이 갑자기 급후진! 황급히 경적을 빵--- 울렸으나 식자재 차량은 그대로 차량 앞부분을 들이받아 버렸다. 경적을 울린 덕에 크게 부딪히지는 않았으나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한 경우는 처음이라 어안이 벙벙… 충돌 시 충격이 크다고 느끼진 않았는데 회사에 돌아와 보니 차장님, 부장님, 과장님들이 한 번씩 들르셔서 오늘 괜찮아도 내일은 모르는 거다, 아마 지금은 놀라서 몸이 아픈 줄도 모를 거다, 검사는 무조건 받아봐야 한다, (무조건 드러누웠어야지 왜 여기 있냐) 등등 걱정스러운 질문들을 던지고 가셨다. 한 분은 가해자와 직접 통화하며 대인 사고접수까지 도와주셨다. 새삼 참 따뜻한 사람들이랑 회사를 다니고 있구나. 평소엔 무..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벌써 반 년 _ 20230705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들 하는데 영양가 없는 고생을 쓸데없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대 통대 1학기가 끝났나 보다. 어김없이 반노 교수님의 후기가 올라왔으니 말이다. 정말 교수님다우신 조언이라 생각하며 슬며시 좋아요를 눌렀다. 20대의 나는 어땠을까. 무엇이 영양가 있는 고생인지 분별할 능력은 있었을까. 멘토의 부재는 언제나 아쉬움으로 남는다. 생각해 보니 1학기가 끝났다는 건 내가 졸업한 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시간 진짜 빠르네… 1학년 1학기가 끝났을 때는 생각보다 형편없었던 내 실력에 놀랐고, 2학년 1학기가 끝났을 때는 생각보다 이루어 놓은 게 없던 내 성과에 놀랐던 것 같은 슬픈 기억이 슬며시 새어 나온다. 물론 내 생각만큼 비참한 꼴은 아니었겠지만 통대의..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할건데 말건데 어떤데 _ 20230630

내가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절망하는 순간이 있다면 (생각해 보니 꽤 많지만 가장 큰 절망의 순간은) 아마도 한자를 외울 때 일거다. 한자는 외워도 외워도 도저히 머릿속에 남지 않는 것 같다. 바닷가의 모래 위에 아무리 열심히 글자를 써봤자 파도에 쓸려 지워지는 것처럼... 아마 내 뇌도 모레로 이루어져 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절망적일 때가 많다. 하지만 난 오늘도 한자를 끄적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차피 인생은 할건지. 안 할 건지. 둘 중에 하나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고민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변명이나 이유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하기 싫으면 굳이 이유를 가져다 붙일 필요 없다. 그냥 안 하는 거다. 근데 안 할게 아니라면? 해야지. 어차피 할 거니까...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그렇게 또 벚꽃은 피고 _ 20230401

어쩌다 보니 1달에 1번씩 쓰고 있는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결코 의도된 사이클은 아니다. 보통 아침 8시 전에 출근을 해서 일을 하다 보면 6시 30분 정도에 퇴근. 집에 와서 씻고 저녁을 먹고 오늘은 꼭 올려야지...라고 생각 하지만 나의 몸은 어느새 이불 안에 안착해 있다. 그리고 그 포근함은 나 같은 나태한 인간이 거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이제는 안되겠다 싶어서, 오늘은 모처럼 주말에 카페도 왔겠다. 가장 먼저 블로그를 켰다(뒤로 미루면 또 안 쓸 것 같아서). 2월 말에 입사하여 어언 1달 반 가량을 다녔다. 처음에는 오랜만에 하는 직장 생활에 어버버 덜덜덜 벌벌벌 쭈삣쭈삣 헤롱헤롱 멍청멍청 삐질삐질 머쓱머쓱 했던 나였지만 어느새 어느 정도 적응을 마치고 비..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오... 벌써 쉬고 싶은 걸? _ 20230306

우선 이 글은 내 시리즈 최조로 사진이 없다. 왜냐하면 입사 후 2주 동안 사진을 찍을 마음의 여유 따위는 없었기 때문이다... 후후후...! 남의 돈을 버는 건 역시 쉽지 않구나!! 입사를 하고 약 2주가 흘렀다. 지난 화에 이야기했듯 혹여나 보안에 문제가 될까 봐 회사에 관련된 이야기는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나의 정신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생각해 보니 나는 정말 오랜만에 일 다운 일을 하고 있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실업급여라는 꿀을 할짝할짝 핥아먹기를 6개월...! 뭘 해서 먹고살아야 하나 고민하던 중 어차피 브레이크 제대로 걸린 인생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공부나 마저 해보자는 생각으로 짧은 기간 통대를 준비하고 제주대에 입학했다. 그 후 2년 동안 학생 신..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_ 일을 해봅시다 _ 20230226

제주도를 떠나온 지 2달이 흘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일본계 기업에서 통역일을 맡게 되었다. 12월 말에 제주를 떠나 여수를 들렀다가 본가로 돌아온 나는 우선은 정말 술을 무지막지하게 마셨다. 2년 간의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 취업도 취업이지만 우선은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대 중반의 남자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가서 할 수 있는 일은 단언컨대 '음주' 밖에 없을 것이다. 오랜만에 집에와서 가족들과 한 잔, 고향 친구들과 한 잔, 또 다른 친구들과 한 잔, 한 번으로 끝내기 아쉬우니까 또 한 잔, 새해가 밝았으니 한 잔, 짜장면이 맛있으니 한 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 중 하나가 바로 술을 마실 명목을 찾는 일이다. 그렇게 정신 놓고 마시기를 2주. 나는 당연하게도 식도염에 걸렸다. ..

제주 통대생 일기_마지막 화_20221227

통역번역대학원 생활이 완전히 끝났다. '왜 뜬금없이 여수 사진이지?' 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을 테니... 내가 여수로 왔기 때문이다. 본가는 아니고 뭐 겸사겸사... 우선 본심사가 끝난 논문을 책자로 만들어 3부는 중앙도서관에, 1부는 학과 행정실에 제출했다. (※이때 제출하는 모든 책자에 교수님 3분의 인감이 찍혀있어야 한다. 서류도 필요하니 자세한 방법은 대학원 공지 참조) 온라인으로 논문을 등록해야 하는데 그 부분은 중앙도서관 전산실에서 친절하게 도와주니 전혀 문제없다. 또한 가이드에는 하루 전에 제출하라고 적혀있는데 등록시기 3~4일 전에 미리 등록도 가능하므로 중앙도서관에 전화를 해보고 미리 등록하는 방법도 추천한다(**당일에 온라인 제출, 책자 제출을 동시에 해도 문제는 없음). 너무 어려우면..

제주 통대생 일기 _ 졸업 시험 결과가 나왔다:) _ 20221005

졸업시험 결과가 나왔다. 기존 발표 예정일은 10월 11일이어서 그때까지는 이 핑계로 놀 생각이었는데...ㅎㅎ 결과적으로는 전과목 합격! 아 정말... 다행이야...ㅠ 교수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물론 이 합격 안에는 '당연히 졸업 시험 준비하면서 공부했던것처럼 계속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거 아시죠?^^' 라는 의도가 담겨있음을 잘 알고있지만 그래도 기쁜 건 어쩔 수가 없다. 내 감상보다는 그래서 뭐가 나왔는데? 가 더 궁금하실 것 같으므로 졸업시험 내용으로 넘어가 보면(교수님이 허용하신 범위 내에서만 밝히기로 해서 별건 없습니다) 대부분 우리가 스터디 때 중점적으로 공부한 분야에서 나왔다. 국제정세(우크라이나, 물가 상승, 에너지 안보 등), 환경 문제, 테크놀로지 등 여러가지 분야에서 정말 골고루 나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