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1달에 1번씩 쓰고 있는 '제주 통대생의 육지 적응기'.
결코 의도된 사이클은 아니다.
보통 아침 8시 전에 출근을 해서 일을 하다 보면 6시 30분 정도에 퇴근. 집에 와서 씻고 저녁을 먹고 오늘은 꼭 올려야지...라고 생각 하지만 나의 몸은 어느새 이불 안에 안착해 있다. 그리고 그 포근함은 나 같은 나태한 인간이 거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이제는 안되겠다 싶어서, 오늘은 모처럼 주말에 카페도 왔겠다. 가장 먼저 블로그를 켰다(뒤로 미루면 또 안 쓸 것 같아서).
2월 말에 입사하여 어언 1달 반 가량을 다녔다.
처음에는 오랜만에 하는 직장 생활에 어버버 덜덜덜 벌벌벌 쭈삣쭈삣 헤롱헤롱 멍청멍청 삐질삐질 머쓱머쓱 했던 나였지만 어느새 어느 정도 적응을 마치고 비교적 마음 편안히 회사를 다니고 있다.
남자들만 잔뜩 있는 회사는 오랜만이라 그 전까지 여자들만 잔뜩 있는 회사를 다녔던 나에게는 또 다른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으나 '재입대'라는 3글자를 새긴 후로는 그다지 스트레스도 없고... 무엇보다 오히려 편하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그다지 없다. 자고로 직장이란 일이 힘들어서 거지 같은 게 아니라 사람이 힘들어서 거지 같은 법. 그런 의미에서는 아주 순조롭다고 할 수 있다.
업무적인 만족도는 그렇게 높지는 않은 편이다. 아직 내가 업무를 몰라서 그럴 수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통역 할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한국인 직원분과 일본인 직원분의 소통이 필요할 때 통역들이 투입되는데 웬만하면 메일로 소통하고 + 과묵한 남자 직원들은 담배 피울 때가 아니면 수다도 잘 떨지 않는다. 비흡연자인 나로서는 뭐 어쩔 도리가 없다. 다행히도 적막함에 숨이 꼴딱꼴딱 넘어갈 즈음 음료라도 마시자며 한번씩 나를 데려가주는 마음씨 고운 통역분이 한 분 계셔서 그때마다 한숨 씩 돌리고 있다. 시기 별로 다르긴 한데 지금은 오히려 번역이 더 많은 느낌이다. 어려운 번역은 아니지만 전문용어가 등장하기 때문에 옆에 계신 차장님께 조금씩 물어가며 나름 열심히 하는 중이다. 비록 많지는 않지만 야금야금 통역, 번역을 하는 느낌.
그래서 최근에 고민이 많다. 역시 나는 더 많은 통역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한 가지 분야에 전문성이 생기고 경력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통역의 기회도 늘어나겠지만(그게 이 회사든 다른 일이든) 어쨌든 통역에 대한 갈증이 계속 남아있는 건 사실이다. 결국 내가 원하는만큼 통역을 하기 위해서는 내 실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평생 공부하는 업계니까!
요즘은 평일에 2번 정도 온라인으로 일본분들께 회화 수업을 듣고 주말에 1번씩 스터디를 하고 있다. 그리고 아침에 출근하는 길에 20~30분 정도 쉐도잉. 대학원 때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부족한 공부량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해보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회화 수업을 듣는 이유는 일본에 체류경험이 적은 나에게 일본분들과의 회화가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인 남성분들과 대화한 경험이 거의 없었기에(대학원 동기, 후배들도 1분 빼고 다 여성분들이었다.) 프리토킹을 할 때 내가 어떤 말투를 쓰는지 굉장히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현재 영업직에 종사하시는 일본 남성분에게 회화 수업을 들으며 그분의 말투를 익히려고 노력 중이다. 오사카에 계시지만 표준어를 사용하시고 무엇보다 말투가 굉장히 부드럽고 나긋나긋하셔서 내가 닮고 싶은 '상냥한 일본어'를 구사하신다. 주말에는 주로 순차 스터디를 한다. 노트테이킹, 노트테이킹을 보고 문장을 구성하는 방법은 꾸준히 연습하지 않으면 한 없이 무뎌진다는 사실을 지난달 스터디에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침에는 주로 NHK뉴스를 들으면서 쉐도잉. 대학원을 다닐 때는 아침 7시 뉴스를 들었었는데 지금은 시간이 안 맞아서 전날 저녁 7시 뉴스를 듣거나 NHK 저널을 듣고 있다.
적어놓고 보니 나름 직장 생활도 열심히 적응하고 그 와중에 공부도 나름 하고 있는 것 같긴하네... 그래도 더 해야 하는데. 저녁에 2~3번은 운동도 하고 싶다 보니 시간을 어찌 짜내야 할지 계속 고민 중이다. 그렇다고 주말 저녁에 한 잔은 또 포기 못하겠는걸...! 체력이 저질인 사람이 이것저것 하고 싶어지면 참 인생이 고달파진다.
벌써 4월이 됐다. 벚꽃은 만개했고 일기예보에서는 다음주에는 비가 온다고 한다. 벚꽃이 떨어지면 또 금방 더워지고 낙엽이 지고 연말이 찾아올 것만 같다. 여러 가지 의미로 후딱 지나갔으면 좋겠을 2023년. 내년 이맘때쯤엔 난 또 뭘 하고 있으려나. 인생이 심심하진 않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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