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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통대생 일기 _ 꾸준함에 대하여 (말하고 싶지 않다) _ 20220918

아무것도 안 하고 숨만 쉬고 싶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인 것 같다. 가장 열심히 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 졸업시험을 위해 열심히 달려오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드는 걸까... 통대에 입학하면 교수님들꼐 많은 조언을 들을 수 있다(당연한 얘기지만). 정말 다양한 조언들을 해주시는데... 그중 한 가지, 모든 교수님들이 꼭 한번쯤은 얘기해주시는 조언은 "조금씩이라도 좋으니까 매일 꾸준히 하세요" 현시점에 가장 공감되는 말이다. 얼마전에 SNS에서도 비슷한 짤이 돌았던 것 같은데... 열심히 하지 말고 그냥 계속하라고. 모든 분야가 다 그렇겠지만 통번역이라는 분야에서도 매우 깊은 의미를 지니는 말인 것 같다. 언어를 골라내는 분야인만큼 매일 그 신중한 작업에 신경을 쓰냐 안 쓰냐의 차이는 매우 크다. ..

제주 통대생 일기 _ 졸업 시험 2주 전 ...^^ _ 20220909

지금으로부터 약 1년 6개월 전 제주도로 내려오면서 이 블로그에 처음으로 '제주 통대생 일기' 시리즈를 조금씩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어쩜 이리 빠른지 벌써 4학기를 맞이하고 9월 23일(금)에 졸업시험을 보게 됐다. 졸업시험의 정식 명칭은 '2022학년도 제2학기 외국어 및 종합시험'이다. 오늘은 이 졸업시험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를 해볼까 한다. 왜 하필 이 타이밍인지 묻는다면 자고로, 모름직이, 일찍이, 예로부터... 시험기간에 하는 딴 짓이 가장 재밌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글은 어디까지나 '한일과 시험 기준'이기 때문에 학과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또한 2022년 기준이기 때문에 향후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2022년 2학기 외국어 및 종합시험 *접수 기간: 2022.8.29(월) ~ 2..

제주 통대생 일기 _ 3학기 마무리_20220704

3학기가 끝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개월이었다. 동시통역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여 정신없는 와중에도 한 발 한 발 나아가려고 발버둥 쳤던 한 학기였다. 특히 3학기 때는 스크립트가 미리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예습 시간이 사라졌고, 그만큼 개인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런데 1학년 때 엄청난 예습, 복습량에 의무감으로 공부하는 데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이런 '시간의 공백'은 오히려 혼란이었다. 그래서 학기 초에는 일단 학교에는 왔는데 뭘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던 기억도 있다(사설을 읽었어야지). 그 걱정도 몇 주 뒤에는 엄청난 복습량에 묻혀버렸지만... 어쨌든 이번 학기는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커리큘럼이라는 격류에 휩쓸려 잊고 있었던 '자습(自習)'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겨..

日칼럼 ‘연료전지차’와 ‘수소엔진차’ 어떻게 다를까?

어디에나 존재하는 수소 ‘수소’라고 하면 연료전지차(FCV: Fuel Cell Vehicle)를 생각하지만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차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엔진차다. 일본 레이싱 팀 ROOKIE Rancing은 5월 21일부터 시작되는 ‘슈퍼 다이큐 시리즈 2021 제3전 후지 24시간 레이스’에 ‘코롤라 스포츠’를 베이스로 한 수소엔진 탑재 차량으로 참가하기로 밝혔다. 어떤 주행을 보여줄 것인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시점에서 도요타는 수소엔진차를 발매할 예정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그 가능성이 있을지, 만약 발매한다면 어떤 이점이 있을지 생각해보자. 수소(H)는 우주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고 지구 상에 넘쳐흐르는 원소로서 대부분 물(H20)로 존재한다. 인체에도 수소는 필수적이며 체내에서는 물 혹..

제주통대생일기 _ 예상치 못한 중간고사와 끝나가는 3학기

「じゃあ、中間テストでもしましょうか」 그렇게 중간고사를 보게 됐다. 과목은 반노 교수님께서 담당하시는 동시통역과 전문 번역. 중간고사 기간이 지난지는 한참이 됐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지던 중간고사를 느지막이 보게 됐다. 월, 화, 목 이렇게 3일 동안 치러질 반노 센세의 중간고사. 어차피 준비할 수 있는 건 없었기에... 월요일에 있었던 동시통역 시험은 초연한 자세로 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평소와 똑같은 부스에 들어갔는데 괜스레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키워드도 많지 않았다. 스크립트도 평소보다 짧았다. 심지어 지문도 평소보다 훨씬 천천히 읽어주셨다. 그러나 느린 속도는 오히려 내가 뱉은 표현을 크리틱 할 수 있는 찰나의 시간을 주었고 그 시간은 버벅거리고, 돌아가고, 후회하기에 충분한..

제주통대생일기 _ 오랜만에 적는 일기 _ 20220503

분명 얼마 전에 개강을 했는데.... 벌써 2달이 지나있다...(왜지) 본격적으로 시작 된 동시통역, 전문 번역과 전문 순차 통역(물론 AB, BA)이 2학년 1학기의 전부이다. 실제로 1학년 때보다 이수해야 할 학점이 줄어들어서 수업 개수는 10개에서 8개로 줄어들었지만 그 밀도는 말도 안 되게 높아졌다. 확실히 '동시통역'은 어려우면서도 재밌다. '순차통역'이 노트테이킹을 보고 문장을 재구축해서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는 느낌이라면 동시통역은 [듣기] -> [이해하기(재구성)] -> [말하기] 이 3가지 단계를 끊임없이 돌려야 하는 굉장히 역동적인 작업이다. 그 와중에 나의 톤은 안정되어 있어야 하고 문법은 정확해야 하며 표현도 적절해야 한다. 상대방의 말을 정확, 적절하게 전달하는 일, 굉장히 심플한 ..

제주 통대생 일기_긍정적으로 산다는 건 쉽지 않지_20220101

2022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첫해를 보고자 알람까지 맞췄지만 시원하게 늦잠을 자버린 나는 12시가 다 돼서야 어기적어기적 일어나 밀린 빨래와 청소를 하고 갓비고 사골국물로 맛을 낸 떡만둣국을 후루룩 해채운 뒤 바다를 보러 나왔다. 인간이란 참 신기한 것 같다. 분명 어제와 똑같은 하루인데도 어제 저녁은 한 해를 마무리한다는 쌉싸름한 기분으로 보냈다면 오늘은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이 들고 괜스레 에너지가 생긴다. 역시 모든 건 마음가짐일까. 올해는 나에게 많은 의미가 담긴 해이지만 제주 통대생으로서 의미를 부여해 본다면 우선은 동시통역을 시작하는 해이다. 제대로 따라갈 수는 있을지 이상한 단어들만 골라서 내뱉지는 않을지 이런저런 걱정들이 벌써부터 밀려오지만 ST와 쉐도잉만 착실하게 연습해도 자연스레 따라..

우리는 남에게 받은 상처들과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_20211230

우리는 남에게 받은 상처들과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 제주로 내려온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그리고 빠른 듯 느렸던, 긴 듯 짧았던 2021년도 이틀 남았다. 연말이 되니 올 한 해 일어났던 이런저런 일들이 떠오르며 그와 함께 따라왔던 여러 가지 감정들이 함께 떠올랐다. 그중에는 행복했던 감정도, 씁쓸했던 감정도, 따뜻했던 감정도, 쓸쓸했던 감정도 그리고 계속 지니고 있고 싶은 감정도, 이제는 버리고 싶은 감정도 있었다. 나는 꽤나 감정적인 사람이고 안타깝게도 지금도 나의 생활은 감정에 좌지우지될 때가 많다. 어른이 되면(언제부터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훨씬 성숙한 마음을 지니고 있을 것만 같았는데 내 마음은 하루에도 수 백번씩 이리저리 흔들린다. 분..

제주 통대생 일기_2학기 끝_20211216

길고 길었던 2학기가 끝이 났다. 와우 정말로 길었던 2학기였다. 배운 점도 많았고 나의 장단점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한 학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힘들었던 덕분에 동기들끼리 더 돈독해지는 4개월이기도 했다. 2학기 중반 즈음 내 실력이 조금은 는 것 같기도 한데....?라고 생각했다가 그다음 주에 바로 수업에서 뚜드려 맞았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분명 나는 혼자서 생각했는데 교수님은 내 마음을 읽으신 걸까? 아니면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대체적으로 이때쯤이면 애들이 자만하겠구나 하고 알고 계신 걸까. 그날은 정말 스크립트가 읽기 싫어서 눈물이 날라는 걸 억지로 참아가며 읽었다. 아니 내가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는데 아직도 이것밖에 안된다고?라고 생각하면서 터지는 분통을 삼켰다. 그렇지만 어쩔 수 ..

[에세이] 나는 그 날 아무런 두려움도 없었다 _ 오사카 시리즈(3)

추억이란 참 재밌다. 이미 6년 전 일이기 때문에 기억 속에서는 많이 희미해져 있는데도, 그때의 감정만큼은 드문드문 짙게 남아 존재한다. 사진이라는 매개가 있으면 그 감정들을 기억해 내는 일은 훨씬 편해진다. 그 당시 내가 일본 워홀을 가기 위해 준비한 예산은 딱 200만 원이었다. 이 돈으로 비자 면접을 보러 가는 서울행 버스표를 끊고 비행기 항공권을 구매했으며(물론 편도) 오사카 시내까지 올 수 있는 전철 티켓을 샀다. 앞으로 묵게 될 셰어하우스의 보증금을 지불하고 한 달 치 월세를 내고 관공서에 가서 이런저런 등록(외국인 관련 등록이었는데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을 마치고 나니 수중에 남은 돈은 60~70만 원 남짓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다음 달부터 당장 월세도 내야 하고 생활비도 필요했었는데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