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공부[言葉の勉強]/제주 통대생 일기

제주 통대생 일기 _ 3학기 마무리_20220704

황구름 2022. 7. 4. 12:29

지금 나의 상태

 3학기가 끝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개월이었다.

 

 동시통역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여 정신없는 와중에도 한 발 한 발 나아가려고 발버둥 쳤던 한 학기였다.

 

 특히 3학기 때는 스크립트가 미리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예습 시간이 사라졌고, 그만큼 개인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런데 1학년 때 엄청난 예습, 복습량에 의무감으로 공부하는 데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이런 '시간의 공백'은 오히려 혼란이었다. 그래서 학기 초에는 일단 학교에는 왔는데 뭘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던 기억도 있다(사설을 읽었어야지).

 

 그 걱정도 몇 주 뒤에는 엄청난 복습량에 묻혀버렸지만... 어쨌든 이번 학기는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커리큘럼이라는 격류에 휩쓸려 잊고 있었던 '자습(自習)'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수 있는 학기이기도 했다.

 

 1학년 때에 비해 커리큘럼은 오히려 심플해졌다. 간략하게 리뷰해보면(개인적인 의견일 뿐입니다)

 

 1) 동시통역 AB1: 한 -> 일 동시통역. 처음에는 간략한 스크립트, 나중에는 연설문 위주로 진행. 문장구역 AB1도 반노 교수님께서 진행하셨기 때문에 문장 구역 시간에도 동시통역을 진행. 동시통역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경험이라고 말씀하시며 일주일에 4개의 스크립트를 꾸준히 진행해 주셨다. 결코 적은 분량은 아니었지만 가장 기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연설문에 익숙해질 수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었다.

 2) 동시통역 BA1: 일 -> 한 동시통역. 교수님께서 그 때 그때 주제를 정하셔서 영상을 준비해주시면 이를 일한 동시통역. 그 후 자체적으로 크리틱을 진행한다. 뉴스처럼 깔끔하게 진행되는 영상이 아니라 무언가에 대해 설명하거나 해설하는 영상이었기 때문에 지저분한 문장을 깔끔하게 다듬어서 뱉어내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3) 전문번역 AB: 한 -> 일 번역. 다양한 종류와 양식의 스크립트들을 번역해서 제출하면 교수님께서 하나하나 수정해주시는 정성 가득한 수업. 실제로 졸업생분이 다양한 양식을 접해봤던 게 회사 생활에 큰 도움이었다고 언급하셨을 만큼 좋았던 수업. 1학년 때도 했었지만 2학년에 올라와서 그 양과 난이도가 급상승. 학기 말에는 집중력이 떨어져서 실수도 한가득했던 나의 아픈 손가락...ㅠ 번역은 역시 어렵다.

 4) 전문번역 BA: 일 -> 한 번역. 문학작품 하나를 지정해서 여러 가지 번역본들이 어떻게 번역을 했는지 비교 분석해봤던 수업. 우리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분석했다. '원문의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던 수업. 일본어도 한국어도 그 깊이가 너무 깊다ㅠ 개인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들어볼 수 있어서 즐거웠던 수업.

 5) 전문순차통역 BA1: 일 -> 한 순차통역. 이름 그대로 전문 분야에 관한 영상들을 주제로 진행한 순차통역 수업. 한 분야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는 걸 증명하는 듯한 영상들. 그리고 그 어려운 일본어 설명을 듣고 노트테이킹하고 콤팩트하게 정리해서 뱉어내야 하는 스릴...^^ 이 수업은 학생들이 직접 스크립트를 준비해서 발표하는 시간이 있어 다양한 주제를 접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좋았다.

 6) 전문 순차통역 AB1: 한 -> 일 순차통역. 담당 교수님의 전문용어 정리가 매우 꼼꼼해서 '아 키워드는 이렇게 정리하는 거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수업. 대담 형식의 스크립트가 많았기 때문에 이를 깔끔하게 정리해서 문장을 만드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긴장감 넘치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7) 모의회의1: 종합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을 다양하게 섭취할 수 있었던 수업. 사설, 문법, 단어 표현, 순차, 동시 등 다양한 분야를 모두 다뤘다. 내용을 이해하고 나의 언어로 풀어내는 연습을 할 수 있었기에 재밌었던 수업. 그리고 졸업시험 대비 준비를 도와주는 고마운 수업.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3학기의 메인은 '동시통역'이었다. 그리고 동시통역을 다룸으로써 동시통역은 동시통역만의, 순차 통역은 순차 통역만의 매력이 있다는 점도 알게 됐다. 학기가 거듭될수록 나의 단점이 더 선명해지고 자신감도 떨어지지만 이럴수록 묵묵하게 꾸준히 하는 수밖에 없겠지.

 

 "장점은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늡니다. 하지만 단점은 잘 늘지 않기 때문에 다루기가 싫어지고 그러면 언제까지고 나아지지 않습니다. 이번 여름방학은 여러분이 단점을 집중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일 겁니다."

 

 학기 말에 들었던 이 말은 나의 뼈를 때렸고 여름방학의 방향성을 잡아줬다. 항상 감사합니다. 못난 제자라 죄송합니다. 그래도 꾸준히 하다보면 늘겠죠...?ㅠ

 

 덥다. 그렇다고 누워만 있을 순 없다. 공부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