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가차야 역(天下茶屋駅)에서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가야 했는데 오사카 외곽 동네의 거리는 생각보다 복잡해서 초행길을 찾는다는 게 쉽지가 않았다. 처음에는 날도 밝았고 길도 오밀조밀하니 귀여워서 내가 좋아하는 '동네 탐방'을 한답시고 그 큰 캐리어를 끌고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는데 생각보다 집 찾기가 어려워 헤매는 사이에 해는 저버리고 이젠 정말로 길을 잃은 게 아닌가 싶은 상황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위험한 동네인 줄도 몰랐기 때문에 가로등도 많이 없는 주택가를 캐리어를 드륵드륵 끌어가며 한참을 헤매다 보니 배도 고프고 힘도 빠져서 점점 막막해지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을 만큼 길에 익숙해졌지만 초행길로 가기에는 찾기 어려운 위치에 있던 집이었어서 점점 더 초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