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으면서도 길고 느리면서도 쏜살같았던 1학기가 끝났다. 제주대학교 통번역 대학원은(다른 통대는 모르지만) 1학년 1학기, 2학기, 2학년 1학기, 2학기가 아닌 1학기, 2학기, 3학기, 4학기로 표기된다. 4학기까지 수료를 완료하면 졸업시험을 보게 되고(총 6과목) 모든 과목에 합격을 하면 졸업 논문(번역 논문)을 쓰고 졸업을 할 수 있다.
졸업시험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졸업 시험을 모두 통과할 수 있다면 이제 통・번역가로서의 최소한의 스타트 라인을 끊었다고 할 수 있다(고 하셨다). 통번역 대학원에서 얻을 수 있는 실력은 정말 기초 중의 기초(태초마을...?)이기 때문에 그 기초실력을 바탕으로 인하우스 등에서 일할 기회를 얻고 어떤 분야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자신만의 전문성이 갖추어진다는 이야기다. 어쨌든 실력이 가장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졸업 후에도 꾸준히 노력을 해야 롱 런을 할 수 있다(난 80까지 통역 일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통번역 대학원의 1학기가 끝났다는 것은 마치 이야기의 프롤로그가 끝났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보통 프롤로그가 끝난 시점에서는 두근거려야 정상이겠지만 현실의 나는 기말고사를 마치고 일종의 번아웃 상태에 빠져들었다. 시험이 모두 종료된 지난주 목요일을 기점으로 그렇게 달고 살던 NHK를 오늘까지 딱 한 번밖에 듣지 않았다. 그것도 쉐도잉 없이...! 방학이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했지만 이미 2학기 시간표는 짜여 있었고 공유도 받았다. 아... 정말 통번역 공부의 길은 끝이 없구나...^^
3일정도 푹 쉬고 다시 열심히 해봅시다!라는 교수님의 말씀을 어기고 이틀 정도만 더 쉬어보려고 한다. 방학이 돼서 알바를 구했는데 오랜만에 육체노동을 했더니 온 몸이 비명을 지르기 때문이다. 다음 주부터는 다시 스터디니까 어차피 다시 공부는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방학 때 무엇을 할 것인가가 고민스럽다. 대략적인 큰 줄기는
1. 1학기 분량을 복습한다.
2. 한・일 이력서를 작성해 본다.
3. 스터디를 통해 연설문에 익숙해진다.
4. 부족한 어휘를 보중한다.
5. 짧은 일본어 소설책을 하나 읽는다(시간적으로 가능하다면)
이 다섯 가지의 큰 줄기를 가지고 차근차근 알찬 2달을 보내는 것이 이번 방학의 목표다. 과연 천하의 게으름뱅이에 의지박약인 내가 할 수 있을까? 정답은 나만 알겠지.
여기서 마무리를 해도 좋겠지만 살짝 아쉬우니 1학기 리뷰를 짤막하게 적어보자. 1학기는 정말 쇼킹쇼킹 앤드 쇼킹이었다. 내 일본어 실력에 대한 좌절, 실력 있는 동기를 사이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발악, 그리고 생각 이상으로 재밌었던 통번역. 큰 맥락은 요정도다.
수업은 6가지를 들었는데 모두 도움이 됐다.
1) 통・번역 입문: 1시간씩 나눠서 통역 입문, 번역 입문 수업이 진행됐다. 말 그대로 입문 수업이기 때문에 통, 번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어떤 자세로 임하며 어떤 방향성으로 발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초 수업이었다. 기초이기 때문에 더 어려웠고 통・번역을 위해서 바꾸어야 하는 습관들을 알게 됐으므로 유익한 수업이었다.
2) 일반 번역 AB, BA: 별개의 수업으로 2시간씩 진행됐다. 한일, 일한 번역을 거의 매주 하나씩 진행한 후 교수님의 주도하에 동기들과 함께 체크하고 어떤 표현이 옳은지 체크하는 시간이었다. 사설을 번역하는 과정은 어렵고도 재밌고도 오묘하고도 헷갈리고도 긴 작업이었으며 그 결과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글쓴이의 의도가 들어가는 글인 만큼 본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했고 사설에 어울리는 표현을 사용해야 했으며 글쓴이의 성향도 감안을 해야 했다. 제주도대학교답게 제주도에 대한 많은 기사들도 번역해 볼 수 있었다. 결국 항상 한글이 내 발목을 잡았다.
3) 순차통역 AB, BA: 노트 테이킹이라는 신세계. 손을 움직이면 귀가 막히고 귀를 열면 손이 멈추는 기적.
4) 듣고 적기: 노트 테이킹을 단련하기 위한 기초훈련 시간이지만 그냥 순차통역 시간.
5) 청취 실습: 나의 목소리가 기사를 덮어버리는 기적.
6) 일본 사회 1: 나의 오아시스.
7) 문장 구역 BA 1: 이케가미 상 다이스키
8) 고급 일본어 작문 2: 일본어 그중에서도 각종 단어들의 뉘앙스에 대한 더 깊은 이해.
죄송합니다. 제가 10과목이나 듣는다는 걸 깜빡하고 초반 리뷰에 너무 열을 내서 이 정도로 마치겠습니다.
...ㅎ. 어쨌든 모든 수업이 참 귀했다. 1학기를 돌이켜보니 내 인생에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이렇게 질 높은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라고 새삼 느낀다. 이제 3학기 남았다. 내년 겨울에 나는 얼마나 성장해 있을까.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그래도 이틀만 더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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