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업이 시작되고 1주일이 흘렀다. 확실히 비대면 수업은 장단이 있는 것 같다.
우선 장점은,
1) 동선이 짧아져서 확실히 편하다(아침이 더 여유로움)
2) 이어폰으로 듣기 때문에 발음을 듣기가 더 편하다(주관적)
3) 마스크를 안써서 맨얼굴들을 보며 수업을 한다. 그중에서도 일본 현지분들이 발음할 때의 입모양을 관찰할 수 있다.
4) 점심을 집에서 챙겨 먹으면 되니 절약도 되고 편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괜찮네...?ㅋㅋㅋㅋ 이렇게 2주를 진행하다가 비대면 수업에 익숙해져 버리면 어쩌나 싶기도 하다. 특히 비대면 수업을 한다고 했을 때 수업 집중도가 떨어지진 않을까 많이 걱정했었는데 통번역대학원 특성상 그럴 틈도 없고, 다들 의욕적이기 때문에 제법 활기차게 수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역시 단점도 있었는데
1) 쉬는시간, 점심시간에 함께 공부할 수가 없다(난 이게 제일 아쉬웠다 시너지가 사라졌다)
2) 특히 옆에 있으면 바로 공유하고 물어보며 체크할 수 있는 부분을 혼자 찾거나 그냥 넘기는 일이 생겼다
3) 인터넷 연결이 안 좋으면 자꾸 끊겨서 열 받는다
4) 아직 익숙지가 않아서 수업 진행 속도가 느리다
5) 집에서 하루 종일 혼자 있으니까 정신건강에 해롭다
이 5번의 이유로 인해서 수업이 끝난 뒤에라도 반드시 밖으로 나가 산책이라도 하고 오는 편이다. 아무래도 집에 혼자 오래 있다 보면 잡생각도 많아지고 자꾸 쳐져서.... 이럴 바에 운동이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1~2시간 정도를 산책에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금요일은 수업이 없는 날이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에 있는 오름을 올라가 보자 해서 선택한 곳이 '노라손이 오름'이었다.
노라손이 오름은 높이 426.6m 정도의 그다지 높지 않은 오름이다. 산책 가는 기분으로 슬슬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그 생각에 딱 맞는 오름이었다. 우선 많은 길들이 경사가 거의 없고, 경사가 있어도 그리 높지 않아서 숨을 헐떡거릴 일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제주도의 길고 높은 나무들이 한쪽(사진에서는 오른쪽)으로 펼쳐져있고 반대쪽(사진에서는 왼쪽)은 언덕으로 형성되어 있어서 길이 매우 예쁘다. 즉 걷는 맛이 있다.
나는 일단 통대생이기 때문에 귀에 버즈를 꽂고 NHK뉴스를 중얼중얼 쉐도잉을 하면서 가고 있는데 저 앞에서 승마체험을 하시는 분들이 다가오셔서 황급히 입을 닫았다. 혼자 있는 줄 알고 청취실습하듯이 또박또박 말하고 있었는데 엄청 창피했음ㅠ 거의 매일 NHK뉴스에 나오고 있는 아프간 폭탄테러 부분을 하느라 엄청 집중하고 있었어서 눈치채지 못했다ㅠ
그래도 가볍게 목례를 했더니 "안녕하세요~"하고 엄청 명랑하게 인사를 받아주셔서 기분은 좋았다.
전체적으로 산책하기 정말 좋은 오름이었고, 특히 아까 마주친 승마체험분들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전혀 없어서 만족스러웠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오름을 올랐을 때의 탁 트인 전망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가 길을 잘못든건지는 모르겠는데 포장도로를 따라 쭉 올라가보니 이런식으로 길이 끈겨 있었다. 뭐지 하고 안을 슬쩍 들여다 봤으나 수풀이 너무 우거져 있어서 바로 돌아섰다. 나는 절대 위험을 감수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노라손이 오름의 재밌는 점은 이렇게 숲으로 이어지는 작은 오솔길이 꽤 많다는 거다. 주가 되는 소나무들이 굉장히 높게 자라 있어서 마치 노르웨이(가본 적 없음)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 떠올랐다. 비록 탁트인 전망은 못 봤지만 오름 자체를 즐기기에 굉장히 좋은 장소였다. 원래 노루사냥을 많이 하던 곳이어서 노라손이 오름이라고 하는데... 아쉽게도 노루는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하긴 그렇게 중얼중얼 거리며 요란스럽게 걸어가는데 노루가 나오면 그건 그거대로 이상할 듯하다.
어쨌든 기분 좋게 산책을 마치고 집 근처에 있는 분식집에서 고기국수를 사 먹었다. 분식집에서 고기국수를 팔다니... 7,000원에 이런 퀄리티라니... 진짜 제주에 살아서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다시 한번 느낀 순간이었다. 아무리 낮은 오름이어도 1시간을 넘게 걸었기 때문에 제법 땀이 나있었는데 고기국수까지 흡입했더니 온몸에서 땀이 뿜뿜! 집에 와서 샤워를 했을 때의 그 쾌감! 빡빡했던 평일을 마무리하기에 최고의 코스였다고 생각한다. 그 뒤로는 피곤해서 낮잠을 자긴 했지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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